디지털 경제는 의료계도 파고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한국의 비대면 의료는 K-방역 열풍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그간 한국 의료의 부정적 유물로 평가받았던 '3분 진료'도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한층 빛났다. 코로나 팬데믹 초반, 대규모 검사는 한국 의료계의 쾌거였다. 세계 최고의 진단 검사 장비를 비롯한 감염병 대응 시스템은 K-방역의 옵션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엿보였다. '3분 진료'는 속도와 결과만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병리학적 현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광석화 같은 속도는 전사나 사냥꾼들의 전유물이었다. 속도는 권력 그 자체였다. 근대 이후에도 '빨리빨리 문화'와의 단절에 실패한 한국 사회는 '속도=권력'을 전 분야에 활용했다. 이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토대로 작용했다.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3분 진료'는 곧 병원의 수익성 강화로 이어졌다. 강남 공화국 세태는 대형 병원과 프랜차이즈 병원을 부추겼다. 의료계의 민낯이 감춰진 채.
그사이 의료 공공성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그 사실을 아는가. 노동 배제에 노출된 간호조무사 절반가량은 최저임금의 열악한 수준이며 간호간병통합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로 부상한 간호사 부족 문제는 을과 을(간호사 vs 간호조무사)의 싸움으로 전락했다.
'야근 교대제' 등에 시달리는 간호사는 간호사대로, '노동 배제'에 시달리는 간호조무사는 간호조무사대로 비극으로 치닫고 있다. 대형 병원과 중소 병원, 대도시 병원과 지방 병원의 격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비용의 증가는 덤이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땐 '병상 부족'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K-방역 뒤에 '죄수의 딜레마'가 자리한 셈이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원격 진료'도 마찬가지다. 공공성 확보 방안 없이 '기승전·원격의료'를 외치는 것은 악수다. 미국에서 코로나19의 위험 공간으로 지목된 요양 병원 뒤에는 '의료계의 영리 산업'이 도사리고 있지 않았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난 5월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하버드·밴더빌트 대학의 2019년 연구 결과, 미국 전역의 1만5399개 요양원의 4분의 3이 비숙련·비공인 간호 인력을 저임금으로 고용했다.
비대면 서비스의 전면적인 도입 전 '의료의 공공성 확보'에 사활을 걸지 않는다면, 간호 인력의 저임금 시스템은 한층 고착화될 것이다. 한국 의료 시스템의 약한 고리가 K-방역의 위상을 걷어찰 수 있다는 얘기다. 결론은 하나다.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지속 가능한 K-방역을 위해 차별과 배제 대신 '우정과 환대'의 공간을 만들자. 이제 시작이다. <저작권자 ⓒ 간호조무사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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